“10억을 준대도 믿을 수 없다”
초등학생 두 딸을 둔 엄마 오 현주 씨는 얼마 전부터 학교급식 대신 아이들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. 학교 선생님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.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과정을 보면서 정부나 우리 유통체계에 대한 불신 때문에 엄마로서 최소한의 행동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.
설렁탕을 좋아하던 직장인 김 모 씨도 요즘엔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 간다.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에 음식점엔 가기가 꺼려진다는 것. 회사에는 그녀와 비슷한 이유로 도시락을 싸 온 동료들이 꽤 있어 점심시간에 회사 회의실은 도시락족(族)들로 꽉 찬다.
쇠고기 관련 음식점들의 풍경은 정반대다. 부산의 한 설렁탕집은 가게 앞에 고급 외제차를 세워놓고 현수막을 내걸었다. - ‘한우가 아니라면 이 차를 드립니다’ - 쇠고기 논란으로 매출이 30%넘게 떨어지자 내건 고육지책. 유통업체에도 사정을 설명하고 한우가 아니면 수입차 두 대를 내놓으라는 각서를 쓰게 했다.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이후 가정과 음식점 주변엔 강한 불신감이 흐르고 있다.
[그것이 알고싶다]에서 지난 7월말에 리서치전문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답했고 10명 중 4명은 ‘절대 먹지 않겠다’고 했다. 먹을 사람은 먹고 안 먹을 사람은 안 먹을 수 있으면 간단한 문제이겠지만,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까봐 불안해하는 것이 현실이다.
20년 넘게 한우를 팔아왔지만 최근 매상이 절반정도 줄었다는 대구의 한 정육점은 요즘처럼 손님들의 불신이 큰 적이 없었다고 한다 “한우가 아니면 10억을 준다고 해도 안 믿습니다”